「관계들」은 뉴욕 타임스의 Connections를 향한 사랑으로 쓰인 웹입니다. 십자말풀이와 같은 단어 퍼즐을 싣는 일간지의 관습에 따라, 뉴욕 타임스의 웹도 날마다 갱신되는 여러 퍼즐 게임을 제공합니다. 그중 ‘Connections’는 열여섯 개의 단어들을 네 개씩 네 묶음으로 분류하는 퍼즐입니다. 하나의 묶음을 이루는 기준은 다양합니다. 〈문학의 갈래〉와 같이 직관적인 것부터, 〈돌- 뒤에 올 수 있는 말〉과 같이 장난스러운 아이디어를 요하는 것까지요.
열두 시가 되기를 기다리며 하루도 빠짐없이 ‘Connections’를 즐기던 저는, 이 훌륭한 퍼즐을 한국어판으로 펴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습니다. 게임의 문화적 맥락을 이곳으로 옮기는 것은 물론, 한국어에 대한 다양한 감각을 실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요. ‘Connections’를 그대로 한국어로 옮겨 써서는 '관계들'을 결코 만들 수 없습니다. 따라서 「관계들」은 어떤 면에서 번역이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 번역의 불완전함을 바라보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관계들」은 이언 보고스트가 이야기한 ‘목록’의 개념을 어렴풋이 암시하기도 합니다. 객체 지향 존재론(OOO)의 대표 주자인 보고스트는 그의 저서 『에일리언 현상학』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죠.
존재도학은 중세의 동물 우화집처럼 요강의 형태, 즉 사물들의 중첩을 예증하고 결합을 통한 상호작용을 암시하기 위해 병치된 사물들에 관한 기록의 형태를 취할 수 있다. 목록은 논리나 역능이나 용도가 아니라 부드러운 쉼표 마디로 느슨하게 연계된 일단의 항목을 열거한다. 존재도학은 일종의 미학적 집합론으로, 여기서 어떤 특정한 배치는 단지 존재한다는 사실에 의거하여 찬양받게 된다.
요컨대 존재의 풍부함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같은 층위의 ‘목록’에 들어가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이때 각각의 존재는 다른 존재와 언제든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습니다. 마치 ‘망치‘가 ‘톱, 못, 드릴’과 〈공구의 종류〉로 하나가 되었다가 ‘굽, 먹, 배우’와 〈동사의 어간〉으로 새로운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처럼요.